러시아 군인과의 만남
횡단 열차를 처음 올랐을 때는 밤이었어요. 그래서 옆사람과 이야기할 틈 없이 창 밖을 조금만 보다가 잠에 들었어요.
잠을 자고 일어나도 달리는 열차에 타고 있는 기분은 '내가 진짜 횡단 열차를 타고 있구나'와 '얼마나 더 가야할까' 였어요.
아침에 일어나니까 제 옆자리, 윗자리 등등 비어있던 자리에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자고 있더라구요. 횡단 열차의 매력은 이런 건가~ 하면서 아침밥을 먹으려고 했어요. 횡단열차 중간 칸에는 식당 칸이 따로 있어서 첫 끼는 식당에서 해결하려고 호다닥 달려갔어요! (일정이 맞아서 같이 러시아로 온 형이 계셨거든요.)
식당 칸에서는 가벼운 브런치를 판매하고 있어서 구매를 했어요. 뭔가 창밖을 보면서 먹는 음식과 맥주는 낭만 가득할 거 같아서 러시아 맥주인 '발티카 3'을 함께 주문해서 먹었답니다. 참고로 뒤에서 더 얘기할 내용이지만, 발티카 맥주는 시리즈 3 6 7 9로 나눠져 있어요. 숫자마다 캔의 색도 다른데 올라갈수록 도수가 높아서 9는 거의 소주 맛이 나요,,
여기 구조는 한국 코레일 열차카페랑 비슷한 구조로 되어있어요. 다만, 음식을 자리에서 주문하고 직접 가져다준답니다. (그리고 코레일에서는 맥주 마실 수 없잖아요 ㅎㅎ)
밥을 먹고 자리로 돌아오니 창가를 바라보는 친구 한 명이 더 탑승했었어요. 그래서 제 칸은 군인들로 꽉 채워졌답니다. ㅋㅋㅋㅋ
해가 지면 열차 내부의 등이 켜지고 이런 분위기가 연출된답니다. 좌우로 나있는 통로를 지나가다 보면 가족단위로 타고 계신 분들도 있고, 저처럼 여행객들로 채워져서 카드놀이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칸이 아주아주 많아요. 유튜브에서 보면 옆 칸에서 같이 놀자고 놀러 오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하는 영상을 자주 보실 텐데요. 그거는 진짜 케바케인 것 같아요!
조용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각자 책을 보거나 노래 감상, 창 밖 구경 등 조용하게 보내는 칸도 있었어요. 저는 비교적 조용한 칸에 속했던 것 같구요.
이렇게 옆 칸을 보면 혼자 노는 사람도 있고 다 같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답니다!
하지만,, 제가 타고 있는 군인 친구들은 저에게 관심이 별로 없었나 봐요. 거의 잠만 자고 얘기는 잘하지 못했답니다,, ㅎㅎ
그래도 이 친구들이 나중 가서는 먹을 것도 나눠주고 번역기로 이야기도 나누려고 (라면 먹는데 위에 마요네즈 뿌려줌) 하더라고요! 그래서 열차의 로망을 이룰 수 있었어요.
제가 정말 좋았던 건, 쉬지 않고 달리는 열차 안에서 창 밖을 봤을 때 보이는 풍경이 너무 예뻤어요. 사진을 보면서도 이걸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오른쪽 1, 2층에 있는 분들은 전부 전역하고 돌아가는 군인 친구들이에요. 열차는 이렇게 여유로운 분위기로 달리고 있어요. 또, 1층 자리가 좋은 점은 오르내리는 걸 안 해도 되는 것도 있지만 콘센트가 1층 테이블 밑에만 있어서 충전하려면 계속 내려와야 하는 불편한 점이 있어요. 그래서 열차 타는 걸 계획 중인 분이라면 꼭 1층을 추천드려요!
참고로, 열차는 도시마다 정차시간이 다 달라요. 대도시, 중소도시, 소도시마다 틀리고 대기 간격도 열차 벽에 붙어있어요! 사진을 못 찍었지만 대도시일수록 정차 시간이 길어져요. 그래서 밖에 바람을 쐬고 싶으면 시간 체크는 필수랍니다.
열차에서의 1일차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났어요. 이틀 차부터는 군인 친구들이랑 제대로 놀았는데, 그건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 얘기하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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